[전주 한달살기 15편 ]
에필로그 - 여행과 일상 사이, 전주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
한달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살아보기’라는 이름으로 떠났지만, 실제로는 ‘나를 새롭게 바라보는 여행’에 가까웠다. 전주는 그런 여정을 담아내기에 충분히 따뜻하고, 낯설며, 풍요로운 도시였다. 마지막 편에서는 그 한 달간의 기록을 돌아보며,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전주 한달살기’를 정리하고자 한다.
1. 느린 도시의 시간 속에서 배우는 여유
서울이나 수도권에서의 삶은 늘 분 단위로 움직였다. 그러나 전주는 다르다. 밥집에서 주문이 천천히 나와도, 길에서 만난 어르신이 이야기를 길게 풀어내도 그 모든 것이 낯설기보단 반가웠다. 이곳에선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누리는 법을 체득하는 곳, 그것이 바로 전주였다.
2. 진짜 지역 문화를 만나려면, 생활권 안으로 들어가야
한옥마을 중심의 관광지만 바라봤다면 아마 전주의 절반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덕진동, 효자동, 평화동… 이런 지역들을 걸으며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동네 카페 단골이 되고, 시장에서 야채를 사는 경험은 관광이 아닌 삶의 일부로 전주를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전주중앙시장, 남부시장처럼 여전히 지역민 중심의 상권이 살아있는 공간은 진짜 전주를 엿볼 수 있는 창이었다.
3. 한달살기에서의 ‘루틴’이 주는 안정감
매일 일정 시간 산책을 하고, 오후엔 카페에서 일하고, 저녁엔 작은 골목 식당에서 밥을 먹는 루틴이 형성되자 비로소 도시가 편안해졌다.
한달살기란 ‘계획된 관광’을 넘어서 낯선 도시에서의 나만의 리듬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루틴이 쌓일수록 ‘그 도시에서의 나’도 점점 익숙해졌다.
4. 비용 대비 만족도, 전주는 효율적인 도시
서울 대비 숙박비, 식비, 교통비 모두 합리적인 전주는 한달살기 비용 효율이 높은 도시였다. 특히 장기 체류 시 에어비앤비나 오피스텔의 월 임대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식비도 절감 가능했다.
배달 음식이나 외식 또한 1인 기준 8,000~12,000원이 일반적이라 **‘가성비 있는 도시살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5. 외로움보단 연결감이 남는 도시
혼자 떠난 여정이었지만, 전주는 외롭지 않았다. 동네 카페 주인과의 대화, 시장 아주머니의 걱정스러운 말 한마디,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와의 짧은 인연까지—이 모든 순간이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지역 커뮤니티의 온도를 직접 체감하며,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도시라는 것도 인상 깊었다.
6. 전주 한달살기를 마치며 얻은 실질적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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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체류의 핵심은 정보력: 초기 3일은 무조건 정보 탐색에 투자해야 훨씬 나은 한달살기를 만들 수 있다. 숙소, 병원, 교통, 커뮤니티까지 빠르게 익히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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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루틴과 목적의식이 필요: 한달살기는 단기 여행보다 오히려 목적의식이 더 중요하다. 휴식이든, 재정비든, 창작이든 ‘왜 떠났는지’를 명확히 할수록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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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기록은 자산이 된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다이어리 등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남기자. 향후 또 다른 도시 한달살기에서도 훌륭한 참고자료이자, 자기만의 콘텐츠가 된다.
마무리하며
전주에서의 한달살기는 단순한 머무름이 아니었다. 익숙함에서 벗어난 공간에서 나를 다시 조정하고, 진짜 삶의 속도를 고민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한 도시와 한 사람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는 만족감, 그것이 전주 한달살기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다음 한달살기 도시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전주는 그 여정을 시작하기에 참 좋은 도시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이곳에서의 한 달이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결정적인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