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한달살기 현지 마트 탐험기 – 직접 해먹는 밥상이 주는 행복
현지의 식탁에서 여행의 진짜 맛을 느끼다
한달살기를 하며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는 바로 현지 마트를 처음 방문하는 순간이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아도, 그 나라의 식문화와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 바로 슈퍼마켓. 낯선 진열대, 익숙하지 않은 포장, 생전 처음 보는 식재료들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그곳의 ‘일상’ 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든다.
슈퍼마켓이 여행지보다 재밌는 순간
누군가에겐 성당이나 박물관보다 더 재미있는 곳이 바로 마트다. 치앙마이에서는 코코넛 밀크가 다양한 브랜드로 진열돼 있고, 발리에서는 바나나칩과 향신료가 풍성하게 놓여 있다. 다낭에서는 생면 쌀국수와 라임, 고수 한 다발이 눈길을 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실제로 먹고, 사용하고, 생활하는 물건들이 가득한 공간은 관광지가 줄 수 없는 로컬의 리얼함을 안겨준다.
자취밥상이 주는 여행자의 만족감
한달살기를 하다 보면 매끼 외식이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주방이 있는 숙소는 큰 위안이 된다. 파스타를 삶고, 쌀국수에 라임을 짜 넣고, 직접 볶은 채소를 곁들여 식탁에 앉으면 비록 거창한 요리는 아니어도 ‘내 손으로 만든 밥’이라는 만족감이 마음을 채운다.
특히 해먹는 식사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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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절약: 외식보다 저렴하게 하루 두 끼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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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습관: 현지 음식이 다소 기름지거나 짠 편일 경우 균형을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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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체험: 현지의 채소, 조미료, 조리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장보기 루틴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매주 한두 번은 마트를 가게 되고, 내가 즐겨 사는 식재료가 생기고, 가성비 좋은 물건을 찾게 된다. 매번 신기하고 특별했던 장보기가 어느새 생활의 루틴이 되어간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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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규동용 고기와 온센타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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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서는 바칼라우(대구포)와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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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는 팟타이 소스와 다양한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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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는 스테이크와 아보카도, 신선한 채소류
현지에서 내가 직접 선택하고 만든 한 끼는 식사를 넘어 기억에 남는 여행의 한 장면이 된다.
주방이 곧 나의 여행지
부엌은 단지 요리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정리가 안 된 프라이팬일 수도 있고, 낯선 조리도구에 적응해야 하는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드는 음식은 그 도시에서 보낸 시간을 입안에 남기는 방식이다.
라면 하나를 끓여 먹더라도 현지에서 산 김치와 맥주를 곁들이면 그건 더 이상 평범한 식사가 아니다. 그 도시의 일부가 된 듯한 감정이 밥상에 담긴다.
마무리하며
한달살기의 매력은 단지 오래 머무는 데 있지 않다.
그 나라의 방식대로, 그 도시의 마트에서 장을 보고, 그곳의 식재료로 직접 밥을 해먹는 ‘일상 같은 여행’ 속에 있다.
이 경험은 짧은 여행에서 결코 누릴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당신의 부엌에서 시작된 오늘의 여행, 맛있게 잘 먹었나요?
꿀팁 TIP
✔ 현지 마트에서 장볼 땐 숙소 냉장고 용량 꼭 체크
✔ 생수, 조미료, 즉석밥 등은 첫날 한꺼번에 구매
✔ 주방도구가 부족한 경우, 다이소나 마트에서 저렴하게 구매 가능
✔ 여행 막바지엔 남은 식재료로 요리 대방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