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한달살기 15편]
에필로그 – 한달살기를 마치며, 그 후의 삶이 달라졌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그 한 달을 낯선 곳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정이 있다.
강릉에서의 한달살기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조금씩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스스로 묻고, 조용히 답해보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막연했다
이곳에 오기 전, 나 역시 걱정이 많았다.
무엇을 챙겨야 하지? 일이 제대로 될까? 혼자는 괜찮을까?
이유 없이 불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싶었다.
아침마다 반복되던 알람, 지하철 속 익숙한 풍경,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커피잔.
그 반복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 마음 하나로 이곳, 강릉에 도착했다.
낯섦이 익숙해지는 시간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다.
동네 마트도, 버스 노선도, 단골카페도 없었다.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못했고, 길을 헤매며 해변만 하염없이 걷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낯섦은 내 삶을 천천히 정화시켰다.
매일 같은 시간에 해돋이를 보고, 로컬식당에서 혼밥을 하고, 시장 상인과 안부를 나누며,
서서히 이 도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
한달살기는 거창한 여행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이다.
이곳에서는 아침마다 들리는 파도 소리, 혼자 앉은 책방의 오후 햇살,
자전거를 타고 바다 옆을 달리던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한 기억이 됐다.
카페에서 일하다가 문득 창밖을 보며 “이런 삶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그게 강릉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나를 되돌아보게 한 시간
강릉에서 보낸 한 달은 나를 바라보는 방식도 바꿔 놓았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게 달렸는지, 왜 그렇게 계획대로만 살려고 했는지.
이곳에서는 계획보다 흐름에 맡기는 법을 배웠고,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우선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돌아가는 길, 마음은 가볍고 단단하다
다시 서울로, 또는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조금 가볍고, 단단하다.
언제든 일상을 잠시 멈추고 다시 ‘살기 위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한 달의 강릉살이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는 이 도시에서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오히려 비우는 법을 배웠다.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 혼자 있는 법,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는 믿음.
그 모든 감정은 이제 나만의 자산이 됐다.
떠나고, 또 살아간다
강릉 한달살기는 끝났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도시에서, 새로운 계절에, 또 다른 나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한달살기’가 가진 힘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나처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